작은 산 하나를 넘은 듯 하다.
사회복지사 2급 과정을 모두 마쳤기 때문이며 서울에 온지 4년만의 결실이기도 해서이다.
코로나로 대면 외출이 불가능할 때는 갑갑증 없이 24시간 병원에서 간병을 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약해지면서 여러 가지 참석해야하는 일들이 있어 간병일을 접기로 하고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하였다.
무엇을 해 냈는지 알아보며 누구와의 비교나 경쟁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평가의 척도가 점수이다. 사회복지정책론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등 다른 과목에서도 여러 번 배운 내용이라 마음놓고 기말고사를 보았는데 턱걸이로 통과하였다. 청소년의 성적 충동을 프로이트의 이드, 자아, 초자아의 개념을 활용하여 서술하시오! 라는 레포트는 사흘간 준비하여 겨우 제출하였다. 윤리와 철학이라는 과목을 가장 듣고 싶었는데 라인원격평생교육원에는 윤리와 철학이 개설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다. 뉘렌베르크 강령과 조사윤리위원회(IRB)를 배우고나니 윤리와 철학은 반드시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더 확실해졌다. 사회복지 조사론에 나오는 통계학 내용이 가장 어려웠으며 인간과 사회환경에 나오는 심리학도 아리까리하였다. 사회복지법제론 시간에는 수업과 관련있는 동영상을 보는 것이 좋았다. 거의 모든 과목에서 강의하시는 교수님 얼굴이 화면 왼쪽에 나오고 얼굴 밑에 그 시간 배우는 내용이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다. 이것은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업을 다 들은 후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클릭만 하면 그곳으로 가서 교안을 다시 볼수 있기 때문이었다. 열 여섯 과목의 최종 성적을 확인하는데 두 분만 강의를 들은 교수님이고 모르는 분들이 지도교수로 표시 되어 있었다. 궁금하여 전화를 했더니 한 교수님당 수강생 200명 까지만 가능하다고 하여 이해가 되었다. 3년간의 수강생들의 후기를 읽고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았다. 모든 과목을 A학점을 받은 분들은 모두 자신만의 노트를 한권씩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노트북으로 강의를 듣던 나에게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들었다는 수강후기만큼이나 달달한 꿀팁이었다. 그리고 '이런 강의를 듣는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라며 소름이 돋았다는 소감이 있었다. 나는 소름까지는 아니라도 사회복지 공부를 한 후 삶의 활력이 솟고 기쁨이 배가 되었다. 위기를 극복하는 힘은 튼튼한 기본에서 나온다. 사회복지개론은 1급 시험과목은 아니지만 가장 기초이므로 다시 공부할 것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구빈법에 대한 토론을 한 후 공부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란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공공부조의 효시가 되는 엘리자베스 구빈법이 나오게 된 배경 때문이었다. 엘리자베스 구빈법이 나오기 150년 전에 흑사병이 영국을 전역을 휩쓸어 국민의 삼분의 2가 죽었다. 위기를 헤쳐나오려고 지혜를 짜내어 범 국가적 차원에서 제도를 구축하다보니 영국이 복지국가의 시초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교직에서 명퇴한 후 서울에 사는 아들 집에서 8개월 같이 살았다. 공 줘, 공 줘! 서울에 온 직후, 창문으로 보이던 보름달을 보고 두 돌 된 손자가 나에게 공을 달라고 하였다. 그 때 호기심 어린 손자에게 시원한 이야기를 못해주어 매우 안타까워했었다. 사회복지 실천 기술론 시간에 들은 달님 이야기를 그 때 알았더라면....... 만약 손자들이 그런 질문을 또 한다면 나는 눈높이에 맞게 재미있게 달을 따 줄 수 있을 것이다.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임마누엘 보호 작업시설에서 실습을 하였다. 1년 반 전, 할머니 산소에 다녀오다가 넘어져 인대가 늘어나 불편을 겪은 터라 장애인 보호작업 시설을 선택하였다. 실습 기간 중에 40명과 함께 가을 소풍을 갔는데 나는 미윤씨와 짝이 되었다. 미윤씨와 나는 미사리 경정공원의 가을 하늘을 보며 푸른 꿈을 꾸자고 손가락을 걸었다. 실습 마지막 날 미 평화 봉사단 40명이 견학 체험을 왔다. 작업장을 둘러보는 팀, 생활시설을 돌아보는 팀, 장애인들과 인터뷰하는 팀, 이렇게 세 팀으로 나누어 견학하는 봉사단원을 본 후 실습을 마쳤다. 중학교 때 미평화봉사단 선생님께 영어 회화를 배운 기억이 나서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환한 미소로 모델이 되어 주었다. 봉사단을 많이 만난 것은 필히 나도 봉사를 많이 하라는 무언의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장애인의 이름과 얼굴을 다 익힐 즈음 실습이 끝났지만 순수하고 인사성이 밝은 친구들의 모습이 얼마동안 떠오를 것이다. 실습을 할 때는 나와 자녀들이 장애 없이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후천적으로도 장애를 입지 않았음을 감사하였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내가 가진 것을 조금이나마 꾸준히 장애인들과 나눌 것이다. 대면 세미나 3차 시간에 강릉의 노인 복지 시설에서 실습을 한 분이 발표를 하였다. 젊은 시절 올바르게 살지 않다가 나이 들어 시설에 들어와서 나라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과연 바람직한가? 라고 살짝 의문을 내비추었다. 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라고 헌법 제 34조 1항에 명시되어 있고 사회복지의 기본이념에도 국가 책임사상이 있으니 그러한 분도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인생의 멋진 일이 후반부에 일어날 수도 있다. 환갑 진갑은 넘었지만 사회활동을 하는 것이 더 보람될거라 생각되어서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여 놓았다. 최근 의료사회복지는 치료에서 보건의 개념으로 확대되었으며 예방을 비롯한 전 국민의 건강증진을 포함한다. 치료 팀의 일원으로서 입원 및 퇴원 환자의 의료적 치료에 도움을 주는 일을 잘 하고 싶다. 이제까지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이웃을 돌아보며 살아야겠다. 환자의 상담과 병원의 효율적인 운영을 도우며 할 때까지 될 때까지 이룰 때까지 질환별로 연구하며 환자와 보호자와 윈윈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간혹 사회복지의 혜택을 잘 모르는 분께는 바우처나 기회제공과 같은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안내해 드릴 것이다.
“의미와 몰입, 자원봉사를 행복의 3요소”라고 하는 분이 있다고 했더니 남동생은 “누나의 삶에도 행복의 3요소가 가득합니다.”라고 하였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봉사하는 마음이 있으니 사회복지사가 엄마의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아요!” 아들과 딸도 적극적으로 응원을 해주고 있다. 보람된 일은 그 자체가 기쁨이며 거기에서 얻는 이익에 대한 기쁨이 아니라고 알랭이 말했다. 병마의 산을 넘는 환자의 땀과 눈물을 닦아주며 손을 잡고 힘겨운 산을 함께 넘으리. 더 낮은 곳으로 아자 아자, 파이팅. 꿈을 향하여 자아, 자아. 파이팅, 황소답게 힘차게! 1월 13일까지.
홈 > 커뮤니티 > 수강후기
